책 리뷰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 마음을 잘 챙겨주는 책

Library_GOODMERCE 2021. 8. 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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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법정 스님은 돌아가셨지만, 그 마음의 온기는 온전히 책으로 담겼다

저자는 그 유명한 법정스님입니다. 저자는 1932년 전라남도 해남에서 태어나 한국전쟁 비극을 거치면서 삶과 죽음에 대해 고뇌하다가 1955년 통영 미래사로 입산하여 1956년 효봉스님 문하로 출가했습니다. 그 후 서울 봉은사에서 운허 스님과 불교 경전 번역 일을 하다가 장준하, 함석헌 등과 함께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였고, 1975년에는 수행승의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송광사 뒷 산에 불일암을 짓고 홀로 살아가게 됩니다. 하지만 세상에 점차 자신이 알려지자 1992년 다시 출가하는 마음으로 아무도 거처를 모르는 강원도 산골 오두막에서 혼자 살아가다가 17년이 지나 2008년 가을 새로운 곳에 거처를 마련하였습니다. 그 후 2010년 3월 11일 서울 성북동에 위치한 길상사에서 지병인 폐암으로 79세의 나이로 입적하였습니다.

 

이 책은 법정 스님 출가 50년을 기념하는 의미로 기획된 잠언집입니다. 책에서는 저자가 살아있는 모든 존재들의 행복을 기원하는 글 130여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무소유, 자유, 홀로 있음, 침묵, 단순과 간소, 진리에 이르는 저자의 성찰과 가르침들이 행간마다 담겨 있는데,  책의 내용은 생전 법정스님과 가깝게 지냈던 류시와 시인이 엮었습니다.

 

2. 선정 이유 - 선물로 하기 좋은 선물같은 책

저는 평소 지식 습득을 위한 책을 주로 보는 편입니다. 기획 업무 등 직무 관련 도서나, 주식, 부동산 등 재테크 관련 도서, 역사를 바탕으로 한 역사소설 등이 제 서재의 주를 이룹니다. 그러나 이런 책들도 제 마음의 상태가 좋을 때나 눈에 들어오게 되는 것이지, 마음이 힘들면 일이든 취미생활이든 손에 잘 안 잡히기 마련인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이 책은 마음이 아플 때 한번씩 꺼내보게 되는 책입니다. 벌써 여러 번 읽었지만, 그냥 마음이 별로일 때 한 번씩 들춰서 펴지는 페이지를 무심코 읽다 보면 어느새 힐링되는 기분이 듭니다.  책에는 스님의 인간과 자연에 대한 마음, 인생을 바라보는 마음이 듬뿍 담겨 있습니다. 볼 때마다 그때 제 상황에 따라 다른 울림과 감동을 주는 보물과도 같은 책이라서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3. 서평 - 마음이 추운 날 꺼내보게 되는 핫팩 같은 책

이 책을 한마디로 평하자면 '따스함'입니다. 물론 시중에 일견 비슷한 성격의 책들은 많이 있습니다. 제가 별로 선호하지 않는 '다 괜찮다. 인생이 원래 그런거다'류의 책들의 경우에도 마음의 지혈 정도로, '응급처치'는 되는 경우가 있지만, 그런 책들은 결국 다시 꺼내보게 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근본적인 마음가짐, 즉 의료행위에 비유한다면 응급처치가 아닌 '수술'에 해당하는 근본적인 것부터 살펴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근본적인 것들부터 어루만지려면, 저자가 그만큼 내공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생각됩니다.

 

'내공'을 말하다보니 몇 년 전 세간에 이슈가 되었던 특정 불교인의 물욕이 떠오르지만 여기선 굳이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종교인들이 다 완벽할 순 없지만, 제가 생각할 때 가장 불교인, 수행자다운 생각과 내공을 가지셨던 분은 법정 스님이라고 생각합니다.  스님이 인간과 자연에 대해 얼마나 바르고 따스한 시각을 가지고 있는지는, 이 책은 물론 여기저기 남아있는 스님의 흔적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의약도 그렇듯이, '마음의 약' 또한 결코 달콤하고 듣기 좋기만 하진 않습니다. 이 책에서 스님은 듣기 좋은 말이 아닌, 덤덤하게 인간과 자연에 대한 사랑, 인생과 존재의 문제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한 어른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강연, 영화, 책도 억지 감동을 주려고 하면 도리어 거부감이 들지만, 오히려 담백하게 메시지를 전하면 청자에겐 큰 울림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 책도 그러합니다.

 

한창 사회적, 인간관계에서 외로운 시절, 이 책에서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스님은 만남에 대해 이렇게 얘기합니다. 매일 매일 만나 쉴 새 없이 수다를 떨다 보면, 남는 것이 없다고 말입니다. 잔에 술을 채워야 잔을 부딪히면 맑은 소리가 나듯이, 인간관계에서도 그리움이 쌓여야 만나서 나눌 것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렇지 않은 만남은, 빈 잔을 부딪히는 나는 공허한 소음 정도라는 것입니다. 지금 혹시 그때의 저처럼 외로운 분이 있다면, 이는 친구, 지인들과의 그림움을 쌓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이 책을 살아있는 모든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따금 어떤 사람보다 따스한 조언을 건낼 수 있는 스승이 돼 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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