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인연 - 피천득 선생님이 남기신 시골집 같은 수필

Library_GOODMERCE 2021. 8. 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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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피천득, 자신처럼 간결하고 단정한 생각들을 남기다

저자 피천득은 1910년 출생이며 호는 금아입니다. 상해 호강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하버드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연구했습니다. 그 후 경성대학, 서울대학교 교수를 역임했습니다. '신동아'에 '서정서곡'을 발표하며 문필 생활을 시작하였으며 그의 시는 소박하고 동심이 아름답게 녹아있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그의 대표작 '인연', '플루트 플레이어', '수필'은 교과서에 실리기도 하였습니다.

주요 작품으로는 '꿈', '편지' 등의 시와, '여성의 미', '모시' 등의 수필이 있습니다. 유명한 작가였지만, 아주 소박하게 작은 아파트에서 소탈한 삶을 살았던 그는 2007년 오월에 생을 마무리 했습니다.

 

이 책은 수필집으로, 학생들에게 친숙한 '은전 한 닢'은 물론, 유명한 '인연', '엄마', ' 도산' 등 주옥같은 수필들이 실려있습니다. 이 책은 '산호와 진주' 속에 들어있던 시와 수필에, 수필 몇 편을 더해 낸 것이며, 저자의 딸 서영이에 대한 애틋함이 담겨있습니다.

 

2. 선정 이유 - 마음이 고요해지는 책

이 책을 보다 보면 우리가 인터넷 어디선가 접했던 유명한 구절들이 더러 눈에 보입니다. 책에서 딱 한 구절을 발췌했는데도, 깊은 감동을 주는 구절들인데, 이 책을 전체적으로 보다보면 문맥과 더해져 그 감동이 더해집니다. 

개인적으로 실용서적 아니면 수필을 즐겨 읽는 편입니다. 수필은 작가의 사물, 현상, 더러 인생에 대한 생각을 담백하게 표현하는 글이라고 생각하는데, 피천득 선생님의 글들은 그런 수필의 표본이라 하겠습니다. 

 

이 책의 발문에는 또 박완서 작가님이 참여해서 이렇게 얘기합니다. '선생님은 다작은 아니었고 말년에는 거의 쓰지 않으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선생님이 돌아가실 때까지 현역 수필가였다고 기억한다. 선생님의 생활이 수필처럼 담백하고 무욕하고 깨끗하고 마음 가는 대로 자유롭게 사셨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피천득 선생님을 만나보진 못했어도 박완서 선생님의 말이 이해가 갑니다. 글만 보아도 그 사람의 향기가 전해지는 그런 격조가 피천득 선생님의 글에는 있습니다.

 

법정스님의 잠언집처럼 이따금 꺼내보게 되는 책이어서 선정하였습니다.  

 

3. 서평 - 인연들을 곱씹고 추억하게 하는 책

'그리워하는데도 한번 만나고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위 구절은 '인연'이라는 글에서 아사코와의 만남을 추억하며 등장하는 것입니다. 저자는 17살에 일본에서 유학하며 알게 된 미우라 부부의 독녀 아사코와 인연을 맺게 됩니다. 아사코는 피천득을 잘 따랐지만 피천득이 미우라 부부의 집을 떠나며 헤어졌다가 세월이 흘러 아사코가 대학생이 됐을 때 재회합니다. 그리고 다시 헤어져 10년이 흐른 후 아사코가 결혼한 후 잠깐 재회하게 되는 과정이 그려져 있습니다. 아사코와 피천득은 악수도 없이 절만 몇 번씩 하고 헤어졌고, 저자는 그 세 번째 만남을 '아니 만났어야 좋을 만남'이라고 회상합니다.

 

'인연'이라는 글은 짧은 편에 속하는 글입니다. 문체 또한 간결해서 쉽게 읽히고 아주 덤덤하고 담백합니다. 그러나 이는 無감정이 아니라 절제라는 것이 글을 읽다 보면 느껴집니다. 그리고 묘하게도, 어떤 미사여구로 치장한 글보다도 그 감정이 생생하게 전달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저자는 6살 무렵 아버지를, 10살 무렵엔 어머니를 여의게 되는데,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한 글이 '엄마'입니다. 여기서도 엄마에 대한 존경심, 사랑이 듬뿍 묻어나면서도 절제된 문체를 유지합니다. 

'엄마가 나의 엄마였다는 것은 내가 타고난 영광이었다. 엄마는 우아하고 청초한 여성이었다. 그는 서화에 능하고 거문고는 도에 가까웠다고 한다. 내 기억으로는 그는 나에게나 남에게나 거짓말한 일이 없고, 거만하거나 비겁하거나 몰인정한 적이 없었다. 내게 좋은 점이 있다면 엄마한테서 받은 것이요, 내가 많은 결점을 지닌 것은 엄마를 일찍 잃어버려 그의 사랑 속에서 자라지 못한 때문이다.'

 

저자의 인생 이야기, 인연 이야기를 듣는 것이 우리 인생에 어떤 도움이 되겠냐고 묻는 사람이 있겠지만, 우리네 인생이 다른 듯하면서도 모두 닮아있기 때문에 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자의 글을 읽다 보면 왠지 덤덤하고 담백한 문체로 내 이야기를 쓰고 싶어 집니다.

 

수필의 정석 같은 글을 읽고 싶은 분들, 마음을 잔잔하게 하는 글이 필요한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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