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알베르 카뮈, 팬데믹 미래를 예언하다
저자 알베르 카뮈(1913~1960)는 알제 몽도비에서 아홉 남매 중 둘째로 태어났으며, 어린 시절 가난하게 생활합니다. 학교에서는 재능을 인정받으며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알제 대학에 다니며 철학을 공부하고, 장 그르니에를 만나 그를 사상적 스승으로 받아들입니다. 페결핵 때문에 교수의 길을 포기하고 기자로서 활동합니다.
1942년 '이방인'을 발표하여 이름을 널리 알렸고, 이후 '시지프 신화', '칼리굴라' 등을 발표하였으며, 1947년 '페스트'를 출간하고 선풍적인 인기를 얻습니다. 44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였으나 3년 후 1960년 파리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합니다.
이 책은 1947년 출간되자마자 비평가들로부터 찬사를 받았으며, 저자로 하여금 이 책으로 '올해의 비평가상'을 수상하게 한 저자의 첫 장편소설입니다. 페스트는 전염병 창궐로 폐쇄된 도시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 또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지켜보며 전염병과 사투를 벌이는 인간들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이 과정에서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해 질문을 던집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모든 자유가 제한되고 극한의 고통과 절망 속에 놓였을 때, 인간은 어떻게 행동하는지, 또 우리 삶에서 페스트와 같은 악은 무엇이며, 우리는 인간의 존엄성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 질문합니다.
2. 선정 이유 - 지겨운 터널의 끝은 어디인가
코로나 팬데믹이 끝날 줄을 모릅니다. 이게 어떤 터널이라면, 과연 이 터널의 끝은 존재하는 것일지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이 책은 작년부터 세간에 언급되던 책입니다. 물론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책으로 전세계적으로 저명한 작품이지만, 코로나 이후 이 책이 주는 의미가 조금 남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그 전에는 이 책에서 말하는 전염병 '페스트'가 우리 삶에서 어떤 형태의 악으로 나타날 수 있는지 생각해 보는 화두를 던졌다면, 지금 우리가 2020년~2021년 전세계적으로 겪고있는 고통 또한 바이러스로 인한 전염병이기 때문에, 어쩌면 저자가 코로나 사태를 예언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소름끼치게 소설과 현실은 닮아있습니다.
늘어가는 확진자 수를 보며, 소설 속 인간들은 고통에 어떻게 대응하고 버텨내었는가 하는 궁금증에서 이 책을 들게 되었습니다.
3. 감상평 - 인문학이 가진 힘을 제대로 느끼게 하는 책
이 책에서 '페스트'는 병원균인 페스트 이외에 한 집단의 공동의 위기상황을 상징합니다. 현대 사회에서 한 사회를 공동의 위기로 몰아 넣을 만한 상황으로 전쟁이 있는데, 국민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출입국 제한을 받고 외부와의 소통을 통제당하며 자신의 잘못 없이 죽음에 이르기도 합니다. 전쟁은 페스트와 마찬가지로 안전했던 한 사회를 갑자기 죽음의 공포로 몰아넣음으로써 시민들의 자유와 권리를 빼았습니다. 자신이 왜 전쟁의 피해자여야 하는지 묻는 것은 소용 없어지고, 다만 전쟁이 끝나기를 바라며 각자 할 수 있는 생존 방법을 강구할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됩니다. 이런 측면에서 코로나 팬데믹은 현재 개인이 어떤 국가에 속해 있는냐에 따라 그 자체로 전쟁에 버금가는 위기일수도 있습니다.
이야기는 1940년대 아프리카 대륙 알제리의 '오랑'이라는 작은 항구 도시에서 페스트가 발생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군상들에 대해 다룹니다. 주인공은 '류'라는 인물로 실력이 뛰어난 외과 의사인데, 그는 페스트에 의해 고통받는 도시를 보면서 적극적으로 환자들을 치료하며 고군분투 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어떤 이는 주인공과 같이 맞서 싸우며, 어떤 이는 어쩌다가 도시에 들어와 페스트로 인해 갇히게 된 후 탈출을 시도합니다. 또 어떤 이는 페스트로 혼란해진 상황을 이용하여 재산을 늘리기도 합니다. 결국 여러 사람들의 노력(특히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이 결성한 보건대)에 의해 페스트는 극복되지만, 페스트가 남긴 상처에 따라 살아남은 사람들의 대응도 제각각임을 보여주며 이야기는 마무리 됩니다.
사회의 안녕과 개인의 행복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할까요? 랑베르는 류에게 자신을 오랑시에서 탈출하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하면서 사회의 안녕보다 개인의 행복이 더 중요하다고 역설합니다. 자신이 사회의 안녕을 위해 연인과의 사랑을 포기한다면, 그러한 개인의 불행 위에 세워진 사회의 안녕이라는 것은 별 의미 없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런 극한의 상황에서는 사회의 안녕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며 저도 어느 정도는 동의하는 바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간혹 소름이 돋는 것은, 오랑시와 그곳의 사람들이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세계와 너무나 닮아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확산 초기에는 대수롭게 여기지 않다가 늦장 대응하여 사태를 키운 각국 정부나, 고립된 채 일손이 딸리면서도 고군분투하는 의료진들, 마스크를 찾아 사람들이 긴 줄을 설때 마스크에서 폭리를 취하며 한 몫 잡아 보려는 장사꾼들까지...
어쩌면 이것이 인문학의 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흔히 듣는 말이 인문학이 중요한 시대라는 것인데, 이렇게 잘 쓰여진 책은 과거 어느 시점에 쓰여졌든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통찰력, 지혜를 주는 스승이 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확진자가 다시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요즘, 긴 터널의 끝이 어디인지 궁금한 분들은 한번쯤 보시길 추천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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